시나브로

능소화

경산 耕山 2026. 7. 9. 12:48

능소화


초록이 깊어지는 계절
주황빛 등불 몇 개
높은 담장을 타고 넘었다

그 옛날, 임금의 발소리만을 기다리다
꽃이 되었다는 소화(宵花)의 전설
하늘을 향해 뻗어 올린 저 주황색 손짓
뜨거운 마음의 고백인 것을

타들어 가는 뙤약볕 속에서
꽃잎 하나 상하지 않고
고고하게 고개를 드는 그 기백
가장 눈부신 품격

소나기 지나간 뒤
시들기도 전에
, , 송이째 지는 목숨
장독 위로 내려앉는 그 뒷모습
구차하지 않아 아름다운 꽃

마당 깊은 곳
홀로 피어 지는 것보다
세상의 경계를 기어이 넘어
지나가는 이의 눈길 한 자락 
내 안도 주황빛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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