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쇄(瀟灑)비가 그친 뒤대숲은바람을 씻어 내고계곡은돌을 씻어 내고나는마음을 씻는다흐르는 물은아무것도 붙잡지 않아맑을 수 있었고지나가는 바람은어디에도 머물지 않아향기로울 수 있었다제월당 마루에 앉으니말은 물소리에게 맡기고생각은 대숲으로 보내도좋을 것 같았다오백 해 전한 선비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정원이 아니라맑은 마음 하나였음을소쇄원은 오늘도흐르는 물과스치는 바람으로조용히 말해 준다.소쇄원의 중심 건물 제월당이다. ‘비가 갠 뒤에 떠오른 맑은 달’을 바라보는 집이라지만 비바람 같은 세상을 지나도 마음만은 맑게 간직하는 집이라는 뜻이 된다. 제월은 곧 군자의 마음이다.소쇄원의 주인이었던 양산보 선생이 세상을 떠난 후, 그와 깊은 우정을 나누었던 당대의 거목들(송순, 기대승 등)이 소쇄원에 모여 고인을 추모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