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옮겨 지은 정자— 조세걸의 〈농수정〉피바람 등진 골짜기물소리 한 자락 가두고아홉 굽이 맑은 물에도의 한 줄 건져 올린다시가 흐르면 그림이 되고진경은 조선의 눈을 뜨니화폭에 남은 빈 정자오늘의 마음을 돌아본다물소리를 가두고 도의를 건지다《곡운구곡도첩》 〈농수정도〉에 담긴 장동 김씨의 은일과 진경백골이 모래가 되도록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며 울부짖던 청음(淸陰) 김상헌의 절의는 가문의 피 속에 짙게 흩뿌려져 있었다. 1674년 갑인예송으로 서인이 실각하고, 이어 1680년 경신환국과 1689년 기사환국으로 이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당쟁의 폭풍 속에서 장동 김씨(장동에 뿌리내린 안동김씨) 가문은 정치적 번민의 중심에 서 있었다. 사대부의 의리가 짓밟히고 조정이 소인배들의 권모술수로 물드는 조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