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정기행 48 草亭(빈집)
빈집을 지나다가 무너진 지붕 아래바람이 집을 기억한다정자는 풍류를 품고초옥은 저녁 연기를 품었다이름은 바람에 지워져도문지방은 발자국을 잊지 않는다풍류를 떠받친 것은이름 없는 서까래였다서까래가 기억하는 시간- 강선대 가는 길에 만난 빈집길목의 폐허에서 들은 오래된 숨결충북 영동 양산천의 푸른 물길을 따라 선녀가 내려왔다는 강선대(降仙臺)로 향한다.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물가 절벽 위의 우뚝한 정자가 아니다. 외딴 마을 어귀, 굽이진 흙길 곁에 홀로 남겨진 작은 초옥(草屋) 한 채다.지붕의 짚풀은 오래전에 무너져 내렸고, 세월의 때가 묻은 서까래만 앙상한 갈비뼈처럼 허공을 떠받치고 있다. 칡넝쿨은 휘어진 기둥을 타고 올라 집의 뼈대를 고요히 침식해 가고, 처마가 있던 자리에는 푸른 하늘이 지붕이 되어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