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낮고 물은 깊다—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낮은 산 물을 품고물은 선비의 마음을 품었다바위의 기세 내려놓은 산천둥근 능선마다 고요가 앉았다한 칸 서당 작은데펼친 뜻은 강물보다 깊다겸재는 풍경을 베끼지 않고그곳에 머물던 기운을 그렸다그림은 어떻게 한 집안의 기억이 되었을까그림 한 점을 오래 바라보면 그림보다 먼저 이야기가 보일 때가 있다.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가 그렇다. 낙동강 물길이 산 아래를 돌아간다. 산은 높지 않다. 둥글고 부드러운 흙산들이 서로 기대어 있고, 물가에는 작은 집 한 채가 고요히 앉아 있다.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 자리하고 고요히 머무는 도산서당이다. 그 안에 한 사람이 앉아 있다. 퇴계 이황이다. 퇴계는 그곳에서 《주자서절요》를 정리하고 〈주자서절요서〉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