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식가을비가 축축하게 저녁을 적셨다. 가로등 불빛이 젖은 길 위로 길게 번졌다. 이런 저녁이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내게는 홍탁삼합이다. 오늘 채주한 비선주 한 병을 들고 단골 홍탁집을 찾았다. 막 걸러낸 술병에는 아직 술을 빚던 시간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문을 열자 익숙한 냄새가 먼저 맞았다. 삭힌 홍어의 알싸한 기운에 묵은 김치의 시큼한 향이 섞여 있었다. 처음에는 코끝을 밀어내던 냄새가 어느새 사람을 안으로 끌어당기는 냄새가 되었으니, 입맛에도 세월이 쌓이는 모양이다.술벗들과 마주한 식탁 위에 세 가지 음식이 푸짐했다. 부드러운 돼지고기, 적당히 삭힌 홍어, 오래 익은 김치. 김치 한 장에 고기와 홍어를 얹어 입으로 가져갔다. 돼지고기의 온순한 맛을 따라가다 보면 홍어의 톡 쏘는 기운이 코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