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길을 잃다— 단원(壇園)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를 마주하고가랑비 가는 실이말발굽에 감기는 봄젖은 가지 사이암수가 데우는 두 울음나그네 빈 가슴에노란 소리 한 쌍새소리에 고삐를 맡긴 봄발 아래 길도 잠시 먼 곳길을 잃어, 비로소 풍경이 되다대구간송미술관의 전시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마음으로 들른 기념품가게의 한쪽 모퉁이에서 운명처럼 한 폭의 그림을 다시 만났다. 단원 김홍도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였다.진경시대, 평범한 조선의 봄날을 담아낸 이 아담한 화폭은 그림 안에 시가 있고, 시 안에 그림이 살아 숨 쉬는 ‘화중유시(畫中有詩), 시중유화(詩中有畫)’의 으뜸가는 경지로 내 마음속에 오랜 세월 깊이 자리해 온 작품이다. 오랜 시간 가슴 한구석에 간직해 온 그 고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