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수필] 닭아 닭아 미안하다
닭아 닭아 미안하다! 지금도 별반 나아진 것은 없지만 초보농삿꾼 시절의 일이다. 그 해 유월, 내가 저지른 만행을 스스로 규탄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면서 비명에 간 수탉을 추도하기 위해 몇 자 적는다.배농사를 짓다가 그만 둔 지 5년, 삼월부터 텃밭일을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나무 몇 그루를 잘라내고 갈아엎어서 동쪽 텃밭만을 일구기로 했다. 얼마 후 마음이 변하여 서쪽에도 또 하나의 텃밭을 조성하게 되었다. 소박하게 채마밭이나 일굴 요량으로 시작한 텃밭이 어쩌다 면적이 확장되고 파종 식물이 다양해져서 인터넷농사꾼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농삿일이 늘어났다.텃밭 조성 작업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텃밭의 원주인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원주인은 수탉 한 마리, 볏이 화려하고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