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쉬게 하다 - 식영정에서바람은나무를 흔들지 않았다서두르는내 마음을 먼저 흔들었다기둥 하나 세워 두고산을 빌리고물을 빌리고하늘을 빌려한 칸의 쉼을 지었다그곳에서는바람도 머물고구름도 쉬어가고사람의 그림자마저걸음을 늦춘다송강이 읊던 노래는아직도 솔잎 끝에서바람이 되어 흐르고술잔은 사라졌지만풍류는숲의 향기로 남아 있다오늘도 나는정자에 오른 것이 아니라한 사람의 욕심이조용히 내려앉는 자리에잠시 마음을 기대었다그림자마저 쉬어가는 자리 - 식영정(息影亭)에 오르다바람이 성산의 숲을 한 바퀴 돌아 정자 마루로 올라온다.마루 한가운데에는 술상이 놓여 있고, 잔마다 맑은 술이 찰랑인다. 석천 임억령이 방금 지은 시 한 수를 읊자 서하당 김성원이 무릎을 치며 웃는다. 제봉 고경명은 눈앞의 산수를 바라보다가 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