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교의 ‘지리산 천은사’
구름 위에 솟은 성삼재 너머
울울창창 솔숲 속에
'智異山 泉隱寺'
일주문 현판
고색이 창연하다
‘샘을 감춘 절집’이라
용틀임하는 붓놀림
물기운 살린 세로 편액
뜨거운 화기를 다스렸다
右로 기운 山
左로 비낀 寺
흉내낼 수 없는
유머와 재치의 미학
자획이 끊어진 사이사이로
물줄기 이어지고
물소리 들리는 듯
지리산 천은사는 1773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 1775년에 혜암이 다시 복원하여 오늘에 이른다. 이 무렵 원교 이광사는 신지도에 유배 중이었는데 천은사 현판은 이 시기에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현판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온다.
임진왜란으로 피해를 입어 불탄 뒤 중건할 때, 샘에 큰 구렁이가 자꾸 나타나 잡아 죽였더니 샘이 솟아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을 샘이 숨었다는 뜻으로, 천은사라고 바꾸자 그 뒤로 원인 모를 화재와 재앙이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절을 지키는 구렁이를 죽였기 때문이라고 두려워했다. 이 소식을 들은 동국진체를 완성한 명필, 원교 이광사가 ‘지리산 천은사’라는 글씨를 물 흐르는 듯한 서체로 써서 일주문 현판으로 걸었더니 그 뒤로 재앙이 그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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