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기행

[명화 감상] 겸재의 ‘만폭동’

우록재 주인 2025. 2. 15. 18:26

만 개의 폭포가 어울린다는 뜻을 가진 만폭동!

겸재의 萬瀑洞

 

천 개의 바위 아름다움을 다투고
만 개의 개울 흐름을 경쟁하는
천하제일명산
겸재의 붓끝이 神들린 듯

봉래산 너른 바위
만폭동의 배꼽 위에
蓬萊楓岳 元化洞天
풍류 자취 뚜렷하다

멀리 하늘을 찌르는 봉우리
바위와 물이 하나된 폭포
솔숲 깊은 곳에서 전해오는
바람의 노래는
절묘한 자연의 드라마
시간을 초월한 예술

겸재 품에 안기어
거센 물줄기 맑은 바람소리에
잠시 세상의 짐을 벗다

겸재 정선 만폭동 22x33cm 비단담채 서울대박물관


오른쪽 위의 畵題는
천암경수(千嵓競秀)  천 개의 바위 빼어남을 경쟁하고
만학쟁류(万壑爭流)  만개의 골짜기 다투어 내달린다
초목몽롱상(艸木蒙籠上)  초목이 그 위로 우거지니
약운흥하울(若雲興霞蔚
)  구름이 일어나고 안개가 자욱하다
고개지(顧愷之 중국 동진시대)

바로 이런 경지를 정선이 그려냈다는 뜻으로 이 그림을 감상한 누군가가 써 넣었다.

은 같은 무지개, 옥 같은 용의 꼬리
섯돌며 뿜는 소리 십리에 잦았으니
들을 제는 우레더니,
보니난 눈이로다 / 송강 정철 [관동별곡] 만폭동

겸재와 금강산을 동행했던 사천 이병연은 만폭동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삐쭉 삐쭉 기운 봉우리 빈 땅을 다투고 (擾擾側峰爭隙地)
푸릇푸릇 빗긴 고개 높은 가을에 닿네 (蒼蒼橫領界高秋)
골짝 열려 다른 골짝 속으로 드는 길 끝이 없고 (洞開洞裏不窮路)
못물 떨어져 다른 못물 속으로 흐름에 쉼이 없네 (潭落潭中無靜流)

萬瀑洞 / 유척기(兪拓基, 1691~1767)

조물주는 무슨 일로 있는 솜씨 다 부렸는가
첩첩 겹친 깊고 큰 골짜기 독특하고 웅장하다
들을 때는 우레 같더니 보아하니 눈 같구나
송강 정철 관동별곡 으뜸으로 그려냈네

겸재 정선의 ‘만폭동’ 은 여러 점이 존재하며, 각 작품마다 소장자와 크기가 다르다.
그 중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만폭동 그림이 가장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자연의 생동감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선, 1747년 <만폭동萬瀑洞> 《해악전신첩》, 32.0×24.9cm, 비단바탕 간송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