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농원

능수매화

경산 耕山 2026. 3. 22. 11:22

능수매화


긴 머리 풀어헤쳐 봄바람에 실어 보내
연분홍 고운 소매 대지 위에 너울대니
구름 위 노닐던 선녀 예 와서 춤추나니

하늘 향해 뻗기보다 땅으로 낮게 내려
휘어진 저 가지에 내 마음도 얹어두고
암향(暗香)에 그윽이 젖어 봄을 깊이 일구네

3월 22일 비선농원 능수 매화
비선농원 능수매화, 3월 21일
3월 19일 개화 시작하다
이슬이 맺힌 아침에 향기가 더 진하게 퍼진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대제학을 지낸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 선생의 문집인 상촌집(象村集)47권에 수록된 <야언(野言)>에 아래와 같은 시가 전합니다. <야언(野言)>은 신흠이 세속을 떠난 은거 생활을 담아낸 자전적 산문으로, 조선 사대부의 자연친화적 이상과 문학적 비평 정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桐千年老恒藏曲 (동천년노 항장곡오동나무는 천 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품고 있고,
梅一生寒不賣香 (매일생한 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차갑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月到千虧餘本質 (월도천휴 여본질)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은 남아 있으며,
柳經百別又新枝 (유경백별 우신지)  버드나무는 백 번 꺾여도 다시 새 가지가 돋아난다.

가장 사랑받는 구절인 '梅一生寒不賣香'입니다.
선비가 아무리 어렵고 궁핍한 처지에 놓이더라도 결코 자신의 양심과 지조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 매화의 생태를 인간의 고결한 인격에 비유한 명문장입니다. 매화의 고결한 정신을 담은 이 구절은 예로부터 선비들이 마음을 다스리는 좌우명으로 가장 선호하던 문장 중 하나입니다.

1. 고난 속의 품격: '일생한(一生寒)'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가난이나 시련을 뜻합니다. 매화는 가장 추운 시절에 꽃을 피우듯, 진정한 가치는 평탄할 때가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 증명된다는 뜻입니다.

2. 타협하지 않는 자존심: '불매향(不賣香)'은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신의 신념이나 양심을 세속적인 이익이나 권력과 맞바꾸지 않겠다는 단호한 선비 정신을 상징합니다.

3. 본질의 유지: 주변 환경이 아무리 변하고 세상이 야박해져도, 자신이 타고난 맑은 본성(향기)만큼은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의지입니다.

4. 변하지 않는 가치 : 오동나무의 소리, 달의 본질, 버드나무의 생명력, 그리고 매화의 향기는 모두 외부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을 말합니다. 환경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나의 품격은 내가 결정한다.’는 깊은 울림을 던집니다.

(매화 : 추위를 뚫고 꽃을 피우는 선비의 기개
(한결같음 :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변치 않는 마음
(: 일시적인 감정이 아닌,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
(추위(고난) : 가난이나 시련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처지
(부정(의지) :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겠다는 단호함
(팔다(타협) : 자신의 가치를 이익과 바꾸는 행위
(향기(인격) : 인간이 지닌 고결한 성품과 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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