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의 슬픔
-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얼굴은 네모, 눈은 삼각형
툭 튀어나온 턱
다섯 명의 여인들의
아주 낯선 캔버스 풍경
환락가에 갇힌 여인들의
갈기갈기 찢어진 시간들
욕망의 칼날에 베인 상처들
부서지고 흩어진 조각들 속에
둥글게 깎은 모서리는 없다
둥근 얼굴 대신 네모난 슬픔을
부드러운 미소 대신 날카로운 절망
아비뇽의 여인들은
세상이 외면한
슬픈 시대의 초상
현실은 그렇게 부드럽지 않아
전쟁의 비명, 가난의 냄새
날카로운 조각들의 세상에서
쾌락의 대상이 아닌
찢겨진 영혼을 거울에 담았지



1. 작품의 배경과 제목
- 제목의 의미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은 '아비뇽 거리의 여인들'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아비뇽은 프랑스의 도시가 아니라, 피카소가 살았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홍등가가 있던 거리를 가리킨다.
피카소는 원래 이 그림에 '철학적 사창가'라는 제목을 붙이려 했지만,
그의 친구가 '아비뇽의 처녀들'이라는 제목을 제안했고, 이 제목으로 굳어졌다고 전한다.
- 시대적 배경
1907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피카소가 청색 시대와 장밋빛 시대를 거쳐 입체주의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그려졌다.
2. 혁신적인 표현 방식
- 입체주의의 서막
피카소는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본 모습을 하나의 평면에 재구성하여 표현했다.
'아비뇽의 처녀들'은 완전한 입체주의(큐비즘) 작품은 아니지만, 입체주의의 주요 특징을 보여주었다.
- 해체된 인물
그림 속 다섯 명의 여인들은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완전히 무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해체되어 있다.
얼굴은 삼각형, 네모, 마름모 등으로 분할되었고, 몸의 곡선은 날카로운 직선으로 바뀌었다.
- 원시 미술의 영향
특히 오른쪽 두 여인의 얼굴은 아프리카 가면 조각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서구의 전통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원시적이고 강렬한 표현을 시도한 것이다.
3. 작품이 가진 의미
- 진실에 대한 탐구
피카소는 단순히 매춘부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겪는 현실의 고통과 상처, 그리고 세상이 외면하는 진실을 표현하려 했다.
해체된 형태와 가면 같은 얼굴은 그들의 내면적 갈등과 소외감을 의미한다.
- 미술사의 충격
이 그림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피카소의 친구들과 동료 화가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끔찍하고' '혐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서양 회화의 전통적인 원근법과 사실주의를 완전히 파괴하며 새로운 미술의 시대를 열었던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아비뇽의 처녀들'은 현실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하려는 피카소의 치열한 예술적 투쟁이 담긴 작품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