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가르침
- 강희안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감상
낮은 절벽 아래로
늘어진 덩굴에 바람이 그네를 타는데
팔짱 낀 선비
너럭바위에 턱을 괴고
흐르는 물줄기에 마음을 띄웠다
맑은 흐름에 질문 흘렸지만
물은 말이 없고 답이 없다
‘물은 본래 비어 있는 것’
산을 좋아함은
단단한 고요를 사랑하는 마음
물을 사랑함은
흐름에 몸을 맡겨도
자신을 잃지 않는 지혜
바람처럼 스치는 한줄기 깨달음
말 없이 연결되는 Wi-Fi
‘물과 내가 둘이 아닌 하나’
그림 속 맑은 물에
내 자신을 담갔다 꺼냈다

강희안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 강희안은 조선 초기 문신으로 시, 서, 화에 모두 뛰어나 三絶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
- 1460년경에 그려진 것으로 작은 크기의 그림 속에 담긴 의미는 크다.
- 수양대군의 단종 폐위와 사육신난 등 왕위찬탈 과정의 피비린내를 경험한 강희안의 작품이다.
- 그림의 왼편 가장자리 ‘仁齋’라는 강희안의 호를 새긴 白文方印이 찍혀 있다.
- ' 高士 '는 세속의 명리를 떠나 자연에 은거하는 고결한 선비를 뜻하고,
- ' 觀水 '는 물을 바라본다는 의미다.
- 高士觀水圖는 자연 속에서 물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선비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高士觀水圖는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던 선비들의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반영한 그림이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하고 한적한 공간을 나타내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자연의 순리와 영원성을 의미하는 잔잔히 흐르는 물, 바위에 기대어 사색에 잠긴 선비는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모습에서 선비가 추구하는 정신적인 경지를 담아낸 秀作이다.
물과 산을 예찬한 동양의 자연관
1. 요산요수(樂山樂水) — 산을 즐기고 물을 사랑한다
- 산은 굳건함과 고요의 상징(자아성찰, 인격의 깊이, 정신적 안정감)
- 물은 유연함과 흐름의 상징(겸손, 포용력, 무위자연의 지혜)
- 군자의 자연관(산을 오르며 뜻을 세우고, 물을 보며 성찰하는 자세)
2. 상선약수(上善若水) — 지극한 선은 물과 같다
- 도덕경에서 유래된 개념, 노자의 말이다.
-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낮은 곳으로 흐르며 다투지 않는다.
- 최고의 덕은 물처럼 겸허하고 유연한 자세로 실현된다는 의미다.
3. 완물(玩物)과 격물(格物)
- 山水라는 사물과 더불어 즐길 수 있어야 하고 (玩物)
- 山水의 이치를 따져 자연의 순리를 배워야 한다. (格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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