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족(濯足)
- 표암 강세황의 ‘태종대’ 그림 감상
삐죽삐죽 늘어선 바위
구불구불 소나무 그늘
굽이굽이 맑은 물소리
쥘부채를 내려놓고
가벼운 발가락 사이
흐르는 물에 마음을 닦고
솔바람에 머리를 빗었다
너른바위 편히 앉아 붓끝에 바람을 담고
시냇물 소리 따라 느릿한 시조 한 가락
물그림자 흥이 나서 덩실덩실
높은 구름 쉬어가려는 듯
잠시 세상이 멈춘 이 순간에
탁족은 시와 그림이 되고
더위는 발끝으로 흘러간다

조선 태종이 이곳에 놀러 온 후 그 이름을 따서 태종대가 되었다고 한다. 강세황이 45세가 되던 1757년 7월(음력)에 개성 여행을 한 결과물이다. 그림 속의 녹음이 우거지고 개울에는 물이 가득하고 인물들은 웃옷을 벗고 탁족을 하는 풍경 또한 7월에 어울린다.

태종대가 있는 성거산과 천마산 사이에는 송도삼절 중 하나인 박연폭포가 있다. 높이 37m로 한국 3대 폭포로 꼽힌다. 폭포 위에 박연이라는 못이 있고 폭포 밑에는 둘레 120m, 지름 40m 정도의 고모담(姑母潭)이 있다. 고모담에는 여러 명의 사람이 설 수 있는 큰 바위가 있으며 서쪽 기슭에는 범사정(泛斯亭)이 있다. 화면 상단 오른쪽에는 대흥산성의 북문인 성거관(盛居關) 문루(門樓)가 보인다.


강세황의 [박연폭포]는 현재의 박연폭포 풍경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박연폭포 주변의 경물 하나하나를 빠트리지 않고 성실하게 화폭에 옮겼다. 실제 경관에 어울리는 가로가 긴 화면에 거대한 암석이 층층이 쌓인 암벽을 구축하고 그 사이를 포말을 일으키며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려오는 물줄기를 그렸다. 겸재가 폭포를 재구성하여 그렸다면(진경산수), 표암은 있는 그대로를 그렸다.(실경산수)
표암 강세황(豹菴 姜世晃 - 1713 – 1791)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문인화가이자 서예가, 평론가, 문신(한성부 판윤, 병조참의 등 역임)으로 시·서·화 삼절(三絶)이라 불릴 만큼 다방면에서 뛰어난 인물이다. 조선 후기 예술계의 중심에서 예원의 총수로 불릴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단원 김홍도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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