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기행

흐르는 물에 발을 닦고2

경산 耕山 2025. 7. 25. 18:26

 폭포 위에서
 - 단원 김홍도의〈관산탁족도 觀山濯足圖
〉감상


바위 마루에 걸터앉은 高士
붉은 옷자락 미투리 벗어놓고
깊은 물소리 아래로 잠긴 시선

폭포는 아래로 치달아 부서지는데
그 위엔 맑은 생각이 앉아 있다 
물안개처럼 옅어진 세상......

발을 담그는 대신
폭포에 마음을 씻어내고
머릿속엔 갓끈이 젖어
出仕와 隱居의 선택이 파도친다

탁족은
발을 담그는 일만은 아니지
세상을 멀리 두는 한 순간의 침묵

바위 위 침묵이 깊어질 때
근심은 비로소
물 아래로 떨어진다

단원 김홍도의 〈관산탁족도(觀山濯足圖)〉1790년대 후반 29.3cm × 34.5cm 간송미술관

단원 김홍도의 〈관산탁족도(觀山濯足圖)〉는 단순한 산수화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정화하는 철학적 사유를 담은 그림이다. 자연을 벗삼아 살고자 했던 문사(文士)의 한 전형적 생활 모습을 담은 그림이다.  화제시는 단원의 자작시를 유려한 행서로 써넣어 구성상으로나 내용상으로나 알맞은 배합을 이루었다.

生茂樹而終日  짙은 나무 그늘에 앉아 해가 지고
濯淸泉而自潔  맑은 샘물에 씻어 스스로 깨끗하네

만년에 자주 사용한 丹邱(단구)라는 號를 쓰고, 그 아래 그의 字인 士能(사능)’이란 인장을 찍었다.  화제시 오른쪽에 一卷石山房이라는 타원형  유인(遊印)을 찍었다.  '一卷石山房' 은 “한 권의 그림 속에 담긴, 돌산 속에 은거하는 방”이라는 뜻으로 은일 사상과 내면의 고요함을 의미하는 인장이다.

이경윤 [高士濯足圖] 16세기 말 27.8 × 19.1cm 국립중앙박물관

"탁족도(濯足圖)란 강이나 계곡의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선비나 은사(隱士)를 소재로 그린 그림으 동양 특유의 은일사상(隱逸思想)에 바탕을 두고 발달한 그림이다.
탁족도는 조선시대 화가들이 즐겨 그린 소재인데
, ‘탁족도에 담긴 의미는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이 지은 초사(楚辭)’ 중에 어부사(漁父辭)’의 내용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초나라 왕에게 옳은 일을 고하다가 쫓겨나 한탄하는 굴원에게 배로 강을 건너 준 어부가 불러준 노래에 濯足이란 구절이 있다.

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  창랑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는다

세상이 맑으면 갓을 쓰고 관직으로 나아가 꿈을 펼치고,
세상이 흐리면 흐린 물에 발이나 씻으며 은둔하며 자족하라.
세상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삶의 자세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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