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연분홍 복사꽃 아래
눈꺼풀 무거워
꿈결 속에 열린 그 길 따라
험준한 골짜기 너머
이끼 낀 암벽 틈새로
푸른 빛 한 줄기
융단 같은 꽃길
바람결에 실려오는
황홀한 선율
흐드러진 꽃가지 사이
하늘과 땅이 맞닿은 듯
맑은 감로주에 취한 기운
신선들의 웃음소리 들리는 듯
깨고 싶지 않은 영원한 순간
시간마저 멈춘 듯 아득한 평화
뒤돌아보니
세상은 안개 속 잿빛 물결
복사꽃잎 속에 잠시
내 마음 두었구나

몽유도원도는 1447년(세종 29년) 안평대군이 꿈에서 도원을 거닌 이야기를 듣고 안견이 3일 동안 그린 그림입니다. 현재 일본 덴리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일본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이 어떤 경로로 일본에 건너가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안평대군의 발문을 요약하면,
내가 정묘년(1447년) 4월20일 밤에 꿈을 꾸었는데 인수( 박팽년 )와 함께 산 아래 이르러 높은 봉우리와 골짜기가 깊고 험준하고, 복숭아가 수십 그루가 있다. 오솔 길의 갈림길에서 서성이는데 간소한 복장 차림의 행객을 만나니 정중하게 길을 가르쳐 주어 그 길로 인수와 함께 말을 몰아,깍아 지른 절벽과 수풀을 헤쳐 그 골짜기를 들어가니, 탁 트인 곳에 마을이 나타났고 사방엔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구름과 안개가 가려진 사이로 복숭아 나무숲에 붉은 노을이 비치었다. 또 대나무 사이로 초막이 있는데 사립문이 반쯤 열려 있고, 섬돌은 무너져 가축도 없으며 앞 냇가에 빈 조각배가 물결 따라 흔들거려 신선이 사는 곳 같았다. 인기척에 뒤를 보니 정보(최항) 범용(신숙주)도 동행 했는데, 제각기 신발을 가다듬고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이리저리 두루 돌아다니다 홀연히 꿈에서 깨어났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낮에 한 일이 밤에 꿈이 된다' 하였는데, 나는 궁중에 몸을 담아 밤낮으로 바쁜데 어째서 그때 꾼 꿈이 도원에 이르렀는가?” 뒷날 이 그림을 구해서 나의 꿈을 상상한다면 반드시 무어라고 할말이 있으리라. 꿈을 말한 후 사흘째 되는 날 그림이 완성되었고, 비해당(匪懈堂)매죽헌(梅竹軒)에서 쓴다. 라고 되어있다.
비해당은 아버지 세종대왕에게 하사받은 당호(집)이며, 매죽헌은 인왕산 아래 누상동 수성계곡에 있었던 안평대군의 정자이다.



'인문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詩香이 흐르는 장수대 (11) | 2025.06.29 |
|---|---|
| [명화 기행] 겸재의 박연폭(朴淵瀑) (4) | 2025.05.19 |
| [답사기행] 종묘 기행 (14) | 2025.05.12 |
| [정조 답사기행] 규장각에서 (11) | 2025.05.09 |
| [겸재 답사기행] 겸재 전시회를 다녀와서 (7) | 2025.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