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기행

나시족 아가씨의 따뜻한 손길

경산 耕山 2025. 11. 29. 12:44

옥호촌으로 가는 길
   – 나시족 아가씨의 따뜻한 손길

여행의 설렘이 채 가시기도 전에 뜻밖의 시련이 찾아왔다.
여강에서 소수민족 마을 옥호촌(玉湖村) 주차장에서 버스에서 내리던
아내는 그만 왼쪽 무릎에 심한 충격을 느꼈다. 순간, 아내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주차장에서 옥호촌 체험장까지는 15분을 걸어야 했다.
문화체험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탈 것을 불러야 했다.
나는 걷지 못하는 아내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하얀색 자가용이 다가오더니, 나시족 전통 복장을 한 젊은 아가씨가 내렸다.
해맑은 미소가 얼굴에 번져 있었고,
그 눈빛은 낯선 여행자에게도 주저 없는 호의를 건넬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우리를 차에 태워주었다.
덕분에 아내는 고통 없이 마을 입구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순간의 호의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때 알았다
더 놀라운 건 그녀가 건넨 인사였다.
억양도 어색하지 않은 완벽한 한국어였다.
알고 보니 그녀는 연세대 어학원에서 3년간 연수를 받고 돌아온 유학파였다.
현재는 옥호촌 체험마을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름은 화옥림(和玉林). 우리가 체험을 예약한 바로 그 집안의 따님이었다.
체험을 마친 뒤에도 그녀는 잊지 않고 아내를 차로 데려다 주었다.

나시족 마을 옥호촌 중심 모습, 말을 타고 마을을 순회하는 투어도 있다.

옥호촌은 나시족의 생활사가 고스란히 담긴 마을이었다.
날씨가 맑으면 옥룡설산이 눈앞에 펼쳐지는 양지 바른 명당.
화옥림 양의 가족은 여행객들을 위한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니시족 전통 의상, 음식,
 닥나무로 종이를 뜨고 두부를 직접 만드는 등 삶의 한 조각을 나누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니시족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이벤트로 마무리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낯선 세계와 친밀하게 연결되는 가슴에 와닿는 경험이었다.
화옥림 양이 관광객을 대하는 태도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에게는 화옥림 양이 나시족 제일미인으로 보였다.
미모도 돋보였지만, 그보다 더 빛나는 건 그녀의 마음이었다.
그녀의 미소와 화려한 나시족 의상은 마치 시조 한 수처럼 내 마음에 새겨졌다.

고운 미소 번져와 낯선 길 위 빛나고
화려한 옷자락에 정겨운 마음 얹히니
서로의 마음 닿아 이제는 하나 되었네

나시가옥의 주방 겸 응접실, 가운데 왼쪽이 촌장이다.
화옥림 양 리드에 따라 나시족 가무를 즐기는 관광객
가운데 캡을 쓴 아가씨가 화옥림 양이다.

낯선 여행자를 위해 기꺼이 발걸음을 멈추고 손을 내밀어 준 그 순간,
그녀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아내의 무릎이 열어준 인연은 뜻밖에도 옥호촌의 따뜻한 정이었다.
여행은 때때로 예기치 못한 시련을 안겨주지만,
그 시련은 새로운 만남과 감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화옥림 양의 호의는 단순한 도움을 넘어 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길 위에서 만난 낯선 이의 미소,
그 미소가 발걸음을 다시 이어주었다.
옥호촌으로 향하는 길은 그렇게,
아내의 고통과 나시족의 정이 함께 새겨진
따뜻한 기행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옥호촌 중심 거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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