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에 묶인 날개
- 애드가 드가의 <스타(L'Étoile)>
무대 위를 나는
나비 한 마리
꿈꾸는 별빛
화려한 불빛 아래
깃털 같은 발끝
날개는 리본에 묶인다
표정 없는 얼굴
커튼 뒤의 그림자
별빛은 값으로 팔린다
드가는 그렸다
여린 꿈의 침묵
묶인 날개의 외침

리본의 언어
애드가 드가(1834–1917)는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조각가로, 발레리나와 경주마를 주요 소재로 삼아 인간의 움직임과 사회적 현실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가다. 그는 인상주의 전시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지만, 야외 풍경을 중시하는 인상주의의 흐름과는 거리를 두고 실내의 인물, 특히 무용수들의 일상과 무대 위의 찰나를 집요하게 탐구했다.
〈스타(L'Étoile)〉는 1877년경에 제작된 파스텔 작품으로, 드가가 가장 자주 다룬 주제인 발레리나를 중심으로 무대 위의 찬란함과 그 이면의 어두운 현실을 동시에 담아낸 대표작이다. 이 시기 프랑스는 ‘벨 에포크’라 불리는 풍요롭고 화려한 시대였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계급과 성의 불균형, 예술가와 여성의 착취가 공존했다.
작품 속 발레리나는 한 마리 나비처럼 가볍고 우아한 몸짓으로 무대를 누비지만,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하고 목에는 검은 리본이 걸려 있다. 이는 장식이 아니라, 그녀가 처한 현실의 상징이다. 커튼 뒤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신사가 그림자처럼 숨어 있고, 무대의 조명은 그녀를 비추지만 동시에 그녀를 상품처럼 드러낸다. 어린 나이에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무대에 오른 발레리나는 결국 돈 많은 남성들의 소유물이 되었다.
〈스타〉는 발레리나의 몸짓은 우아하지만, 그 이면에는 생계를 위한 고단한 선택과 매춘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드가는 빠른 붓질과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이 장면을 그려냈지만, 그 따뜻한 색채 속에는 차가운 현실이 숨어 있다. 무대 위의 찬란함을 통해 무대 뒤의 침묵을 말하고, 나비처럼 날아오르려는 발레리나의 꿈이 리본에 묶여 있음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미적 감상이 아니라, 예술을 통한 사회적 성찰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문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나시족 아가씨의 따뜻한 손길 (6) | 2025.11.29 |
|---|---|
| 그림 속에 남겨진 사랑, 그림 밖에서 흘린 눈물 (8) | 2025.11.08 |
| 가을의 미학 (9) | 2025.11.02 |
| 붓끝에 피는 연꽃 (6) | 2025.10.31 |
| 수면 위의 자화상 (4) | 2025.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