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의 자화상
- 모네의 <수련>
물 위에 피어난
모네의 숨결 하나
빛이 된 분신
그는 붓을 놓고
물 위에 자신을 띄웠다
수련 한 송이
그의 눈
그의 마음
그의 마지막 여름

물 위에 뜬 모네의 분신
1883년, 클로드 모네는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정착해 40년 넘게 머물렀다. 1893년에는 집 근처에 땅을 사서 연못을 만들고, 둑을 쌓아 수로를 연결하며 점차 확장해 나갔다. 그는 직접 수련을 심고, 특히 애호하던 일본 미술(우키요에)의 영향으로 연못 위에 일본식 목조 다리를 놓았다. 모네는 자신이 그린 그림 속 풍경을 현실로 구현하려는 열정을 품고 있었다. 그의 정원은 캔버스였고, 연못은 거울이었으며, 수련은 자화상이었다.
물 위에 피어난 수련 한 송이는 단순한 꽃이 아니었다. 그것은 클로드 모네의 분신이었다. <수련과 일본식 다리> 연작은 그의 인생 후반부를 지배한 예술적 유산이자, 고통과 열정, 그리고 시대의 상처를 품은 자화상이다. 모네는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가꾼 지베르니의 정원을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 칭했다.
그에게 수련은 특별한 그림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그가 시간을 느끼는 방식이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수련을 바라보며, 빛과 계절,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표현했다. 수련은 식물의 한 종류가 아니라, 그의 분신이자 물 위에 떠 있는 그의 영원이었다.
백내장으로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고통 속에서도 그는 붓을 놓지 않았다. 시선은 흐려졌지만, 예술에 대한 집념은 더욱 선명해졌다. 때로는 완성된 그림을 다시 긁어내며,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려는 투쟁을 이어갔다. 후기 작품의 흐릿하고 강렬한 색채는 인상주의를 넘어선 추상적 감각을 품고 있으며, 이는 시력 상실 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예술혼의 증거다.
이 그림은 보는 이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대는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나는 빛으로 말했고, 물 위에 나를 띄웠다.”
모네는 <수련과 일본식 다리>를 소재로 12편 이상 그렸다. 각 작품은 계절, 시간, 빛의 변화에 따라 색채와 구성이 다르다. 이 작품들은 오랑주리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일부는 개인 소장으로 전 세계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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