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 없는 열매
— 이중섭의 <천도복숭아>를 보며
병실 창가에 걸린
손바닥만한 그림 한 장
천년 세월을 견딘다는
천도 복숭아
“빈손으로 올 수 없어 늦었네”
“이걸 먹고 어서 일어나게”
가난한 화가의 붓 끝에서 피어난
영원히 마르지 않을 샘
먹을 수 없는 열매
복숭아 향보다 진한 온기
텅 빈 가슴 붉게 채웠네

두 아이가 마치 대칭을 이루듯 복숭아를 사이에 두고 놀고 있다. 이중섭의 천진난만한 개성이 오롯이 묻어난다. 천도복숭아는 무병장수의 상징이다. 이중섭과 절친이었던 구상 시인이 폐결핵으로 수술을 했을 때 그는 이중섭을 그리워하며 기다렸다. 뒤늦게 병문안을 온 이중섭은 빈손으로 올 수 없어 그림을 준비해 왔는데, 바로 천도복숭아 그림이었다. 그러면서 “자네도 이걸 먹고 어서 일어나게.” 하였다. 구상은 가난하여 과일을 살 수 없어 복숭아 그림을 그리느라 늦게 자신을 찾아온 이중섭에게 크게 감동을 받았다. 구상은 세상을 뜰 때까지 이 그림을 서재에 걸어 두고 평생 함께했다고 한다.

천도(天桃)는 상상의 과일
천도(天桃)는 곤륜산(崑崙山)에 있다는 서왕모(西王母)의 거처인 낭원의 요지(瑤池) 주변에 열린다는 상상의 과일이다. 삼천 년에 한번 열매를 맺고, 먹으면 삼천 년을 산다는 복숭아는 도통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선과였는데, 중국 한(漢)나라 무제(武帝)때 살았던 동박삭(東方朔)은 곤륜산에 몰래 들어가 천도 열 개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십팔만 년)를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