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무
- 빈센트 반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
차가운 바람 타고
피어난 아몬드 꽃
푸른 하늘에
흰빛과 분홍빛이 번진다
자신의 이름으로
태어난 새 생명
떨리는 손끝으로
선물한 아몬드 꽃
새 생명을 향한 사랑
가지마다 꽃봉오리 되어
환한 미소를 건넨다
고통 속에서
피어난 아몬드 꽃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봄

꽃피는 아몬드, 행복의 나무
아몬드 꽃은 긴 겨울을 뚫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다. 차가운 계절을 견디고 피어난 그 꽃은 희망과 인내의 상징처럼 보인다. 빈센트 반 고흐의 〈꽃피는 아몬드〉는 바로 그 상징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그림은 그의 삶의 마지막 봄에 그려진 마지막 꽃그림이자 조카에게 건넨 첫 선물이었다.
1890년 2월, 생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고흐는 동생 테오로부터 득남 소식을 전하는 편지를 받는다. “아이 이름은 형 이름을 따서 지었어. 그리고 그 아이가 형처럼 단호하고 용감할 수 있도록 소원도 빌었어.” 평생의 후원자이자 유일한 지지자였던 테오가 자신의 이름을 첫아이에게 물려주었다는 사실은 고흐에게 깊은 감동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안겨주었다. 건강도, 행복도, 성공도 가지지 못한 자신의 이름을 조카가 이어받는다는 사실은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분홍빛과 흰빛의 아몬드 꽃이 가지마다 활짝 피어 있는 이 그림은,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밝고 경쾌한 색채로 가득하다. 병마와 가난, 그리고 정신적 고통 속에서도 그는 인내심을 다해 이 그림을 완성했다. 고흐 스스로도 이 작품을 자신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여겼다.
그의 처지를 생각하면 이 그림은 더욱 특별하다. 삶의 끝자락에서, 절망과 고통 속에서, 그는 새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며 꽃을 그렸다.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던 행복과 미래를 조카에게는 물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몬드 꽃은 고흐에게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타인을 향한 사랑과 희망을 피워낼 수 있다는 증거였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아몬드 꽃처럼, 삶의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빛을 내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고흐의 마지막 꽃그림은 바로 그 진실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