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 그 눈빛
- 김명국의 <달마도>
입은 닫혔고
눈은 열렸다
불을 삼킨 듯
세상을 꿰뚫는 눈
천년의 침묵을 품었다
벽을 보고 앉은 이여
그 눈 불꽃 같고
그 마음 물과 같아
불 꺼지고 안개가 깔리면
안개는 말이 많았다
불꽃의 흔적을 따라
안개의 결을 헤치며
타오름과 잠김 사이
말과 침묵 사이
그 사이에
깨달음이

<달마도>의 미학
이 작품은 달마대사의 상반신을 담은 선종화로, 김명국의 호방한 붓질과 직관적 표현이 돋보이며,
달마의 눈빛과 표정에 담긴 정신세계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1. 감필법의 미학
- 김명국은 붓질을 최소화하면서도 인물의 성격과 기운을 강렬하게 표현함.
- 선종화의 핵심인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직관적 표현’을 잘 보여줌.
- 붓의 속도, 힘, 방향이 달마의 내면을 암시함.
2. 달마의 표정과 시선
- 날카로운 눈매와 굳게 다문 입술은 깨달음과 고행의 상징.
- 관람자와의 시선 교차를 통해 정신적 긴장감을 유도함.
3. 공간과 여백의 활용
- 배경을 생략하고 인물만을 부각시켜 ‘선(禪)의 무심(無心)’을 표현.
- 여백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사유의 공간으로 작용함.
4. 선종화의 철학적 맥락
- 달마는 선종의 시조로, 그의 형상은 곧 ‘깨달음’의 상징.
- 김명국은 달마를 통해 불교적 세계관과 예술적 자유를 동시에 표현함.
달마대사
1. 출신과 활동 시기
- 출생지: 남인도 팔라바 왕국의 왕자로 태어남
- 이름의 의미: ‘깨달음의 법’을 뜻하는 이름
- 중국 도착: 약 470년경, 남중국에 도착해 선종을 전파
2. 업적과 사상
- 인도 불교의 제28대 조사로, 중국에 선종을 전파
- 중국 숭산 소림사에서 9년간 벽을 보고 좌선 수행
-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입사행론(二入四行論)
이입: 진리를 깨닫는 것, 사행: 네 가지 실천을 통해 수행
3. 전설과 상징
- 졸음 떨쳐내려고 눈꺼풀을 떼어 던져 차나무가 자랐다는 전설
→ 졸음을 이겨내기 위한 수행의 상징
- 양무제와의 선문답
→ 공덕보다 마음의 본질을 중시하는 선종의 철학을 드러냄
- 달마 인형(다루마)
→ 일본에서는 달마의 인형이 행운과 인내의 상징으로 널리 사용됨
연담 김명국(蓮潭 金明國, 1600년 ~ 1662년 이후)
1. 연담 김명국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화가
- 안산 김씨, 자: 천여(天汝), 호: 연담(蓮潭), 취옹(醉翁) 도화서 화원
- 1636년과 1643년, 조선통신사로 일본을 방문
- 호방하고 해학적이며 술을 즐김. 술에 취해야 붓을 들었다는 일화가 유명
2. 예술적 특징
- 화풍: 굵고 거친 필치, 강렬한 흑백 대비, 자유분방한 묵법
- 감필묘(減筆描): 최소한의 붓질로 대상의 정신을 표현
- 대표작: 《달마도(達磨圖)》《노엽달마도(蘆葉達摩圖)》《관폭도(觀瀑圖)》《설중귀려도(雪中歸驢圖)》
3. 달마도와 선종화
- 달마도는 그의 대표작으로, 중국 선종의 시조 달마대사의 강렬한 시선을 생동감 있게 묘사
- 화법: 단숨에 그려낸 듯한 대담한 선묘, 여백의 미학, 절제된 표현
- 의의: 일본 화가들이 그의 달마도를 본받아 필법의 종(宗)으로 삼았다고 전해짐
4. 평가와 영향
- 남태응의 평: “김명국은 그림의 귀신이다. 법도를 벗어나 자유롭게 그리며 천기(天氣)를 담았다.”
- 예술적 위상: 조선 화단의 침체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화풍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됨
- 조선 미술의 경계를 넓힌 혁신가이자 선의 정신을 붓끝에 담아낸 예술 철학자
'인문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붓으로 그린 교향곡 (4) | 2025.09.06 |
|---|---|
| 시간을 품은 예술의 기차역 (3) | 2025.09.04 |
| 눈물은 투명한 보석 (4) | 2025.08.15 |
| 복제된 여신 (7) | 2025.08.13 |
| 색의 노래 (6) | 2025.08.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