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제색도 1751년(영조 27년 76세) 겸재 정선138.2Cm x 79.2Cm. 眞景山水의 걸작. 국보 제216호
겸재 仁王齋色圖(인왕제색도)
큰비 내리다 그친
인왕의 윤 오월
검은 바위 사이로
하얀 물줄기 소리
물안개 피어올라
골골이 솔숲 가리고
비에 씻긴 기와집
사천이 마지막 붓을 놓았다
겸재의 간절한 붓질에도
그는 짙은 먹빛으로
인왕산 바위가 되었다
먹으로 주고받던 시와 그림
붓으로 맺은 60년 우정
잡을 수가 없구나
화면 오른쪽 상단 화제와 관지(款識)
- 인왕제색 : 비온 뒤의 인왕산 정경
- 겸재( 謙齋 )아래 [ 鄭歚 정선]과 [元伯원백]이라는 도장
- 정선(1676-1759)이 75세인 1751년(영조 27) 신미년 윤 5월 하순
우정 어린 기와집의 정체
이 그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오른쪽 아래 기와집이다.
미술사가들이 고증한 결과, 이 집은 절친한 벗인 사천 이병연(1671∼1751)의 '취록헌'으로 밝혀졌다.
사천은 1만3000수가 넘는 시를 지은 대문장가였다. 당시 사천은 병환 중이었다. 겸재는 그런 벗의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붓을 들었다. 그때 76세였던 겸재와 그보다 5세 연상인 사천은 서로 형제 같은 사이였다.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 스승 삼연 김창흡에게 수학하고, 무려 60여 년의 세월을 시와 그림으로 사귄 가장 가까운 벗이었다.
겸재는 그런 사천이 비 개인 후의 인왕산처럼 당당하게 쾌차하길 비는 마음으로 그림에 혼신을 다했다. 집 주변에는 건강한 소나무를 배치했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이 그림이 완성된 4일 후, 사천은 세상을 등지고 만다.
기와집의 선묘가 유난히 담백하다.
벗의 고결한 인품을 몇 개의 선묘로 명료하게 표현한 것 같다. 기와집은 이병연이다.
그림의 탄생기를 접하고 보면, 기와집에 더욱 눈길이 가게 된다. 병환 중인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 그림을 낳았다. 벗의 기와집이 있고, 그 위로 물기 머금은 인왕산이 싱싱한 자태로 솟아 있다. 겸재의 깊은 내면을 드러낸 진경산수화다. 그림은 마음이다. 피보다 진한 우정에 그림이 더욱 애틋해진다.(정민영의 그림 속 작은 탐닉)
사천과 겸재가 시와 그림을 나누는 [시화상간도]
사천의 시 속에 겸재의 그림이 있고,(詩中有畵)
겸재의 그림 속에 사천의 시가 있다.(畵中有詩)
우측 상단에 <천금물전千金勿傳>이라 낙관을 찍었다.
'천금을 준다해도 이 책을 내 주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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