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농원

고라니 가족

우록재 주인 2023. 7. 13. 10:52

고라니2

 

여름은 잡초들의 세상

잡초의 도움으로 사는 생명들도 있다

우거진 풀섶은

까토리의 둥지

고라니 가족의 은신처

 

아로니아 이랑 사이

제초작업하다가

어린 목숨을 만났다.

걸음마를 시작한 새끼고라니

예초기 소리가 두렵지 않다

어미는 어디쯤에서 마음졸이고 있겠다

 

 
 

2년 전 이런 사건이 있었다.

 

고라니1

 

둥지 같은 비선농원 언저리

고라니 어미와 새끼 두 마리

 

멀찌감치 눈을 마주치지만

언제나 달아날 자세

친해질 수 없는 거리

밤이 되면 농장 주인이 된다.

 

고라니 세상에

불청객 들개 4마리

버림받은 침입자들

 

어느 날

어미 고라니

목을 물려 목숨을 다했다

'새끼를 위해 어미가 대신 죽었으리라'

 

바람 잔 밤하늘

어미 묻은 자리
건너편에서

새끼 고라니 울음 소리

 

 

한 때 고라니는 농장에서 공공의 적이었다. 
5월이 되면 상추잎이 어린 아이 손바닥만해지고

6월이면 고구마순이 줄기를 뻗을 때쯤

밤 사이  다녀간 흔적을 남겼다.

어린 새싹을 피우기 위해 들인 공인 얼마인데.......

주말에 지인들 불러

저 푸릇한 상추에 삼겹살을 얹고 싶었는데......

고민 끝에 고라니와 공존을 택했다.

밭작물 대신 과수를 심은 후
고라니는 적이 아닌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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