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나이테

경산 耕山 2026. 1. 4. 17:16

 나이테

 

나무들은 세월의 흔적을
살갗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산다

나무는 제 나이를 숨기며 깊어지는데
대나무는 제 속을 통째로 비웠다

채우지 않아
저토록 꼿꼿한 청춘이다

비운 만큼 짙어지는
저 지독한 푸른색의 정체

 

정초에

세한의 첫날
책을 펼친 한낮

망치 같은 깨달음 없어도
도끼 같은 전율 없어도

고요한 즐거움
한가한 기쁨

말끝에 남은 여운
이 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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