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세모에

우록재 주인 2024. 12. 28. 13:18

세모에

한 해를 돌아보니
하루는 한가롭게 길었고
한달은 이리저리 흘렀고
일년은 허겁지겁 빨랐다

금년엔 햇빛도 좋았지만
여름이 유난히 길었다
봄바람 아래 꽃놀이는 짧기만 했고
땡볕과 비바람에 흘린 땀은 빈 손이었다
몸보다 마음이 더 추운 가슴엔
飛仙酒 한 잔

뒤를 돌아보니
그래도 술잔에 담을 추억은 있었다
추억을 술잔에 채우면 행복이 된다
추억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세모엔 한번쯤 뒤를 돌아볼 일이다
뒤를 돌아보아야
앞으로 나갈 힘이 생긴다
어제를 보아야 내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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