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먼 고향

경산 耕山 2025. 10. 4. 09:48

먼 고향


청산 장날
어머니 손 꼭 잡고
나이론 양말 한 켤레에
세상 다 가진 듯 들떴지

차례상에 올릴
알밤 껍질 벗기며
마당 끝 암닭의 울음에
송편 빚는 손끝에
온 가족 웃음소리 번졌지

고향 떠났던
반가운 얼굴들
사랑방에 둘러앉아
모닥불같은 웃음꽃
밤늦도록 피어났지

없는 살림에도
보름달처럼
풍요롭던 그 시절
빈 가슴
채우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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