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코스모스 축제가 한창인 하동군 북천역
하동에서 길을 잘못들어 이리저리 해맨 끝에 찾은 이병주문학관
하동군 내에 있지만 진주에서 접근하기가 더 편리한 문학관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들이 작가 나림 이병주 소설이다.
세상을 역사적인 흐름에서 바라보는 거시적인 안목
좌익 또는 우익에 어느 한쪽에 기울어지지 않은 통합적인 시각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경험
웅혼한 필치에 수려한 문장.......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막힘이 없는 대하드라마......
그의 소설을 읽고나면 인간관계의 지혜와 처세의 경륜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이 가을 기찻길옆 살살이꽃을 보니 내 나라가 새삼 아름답게 다가온다.

북천역 주변은 주차할 공간마저 없는데 3Km 거리에 자리한 이병주문학관은 왜 이리도 한산한지.......

전시관 한 가운데 기둥처럼 서 있는 만년필이 인상적이다.
작가이기 이전에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강조한 것인지......
현대사의 굴곡진 체험을 증언자로서 기록한 소설을 상징하는 것인지......
아무튼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만년필의 메시지는 확실했다.
'권력은 유한하고 기록은 영원하다?'
그는 40대에 늦깎이 소설가로 문단에 발을 디뎠지만 누구보다도 작품이 많다.
27년간 80여 편 작품(원고지 10만장)을 썼다. 그것도 10권짜리 대하소설이 주류를 이룬다.
학병으로 강제 동원, 해방후 좌우대립, 5.16 필화사건으로 감옥 체험 등 파란만장한 생을 역사적인 시각에서 엮어냈다.
그 사건의 현장에서 인간, 역사, 전쟁, 이념, 정치의 불합리성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바람과 구름과 비]는 이병주 소설과 첫만남이었다.
이 소설의 재미에 빠져서 밥 먹는 시간도 아껴가며 두문불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병주의 [지리산], 이태의 [남부군],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지리산을 주무대로 빨찌산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들에게 지리산은 민족 비극의 현장이었다.

그의 소설을 주제넘게 한 줄 평가해보자면
현대역사의 쓰레기 같은 글들을 다 걷어내고, 맨 밑에 갈아 낮은 앙금이 아닐까?
앙금 속에 반짝이는 사금이 아닐까?

그의 소설은 메모할 만한 명구 경구 싯구가 많아서 좋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적지만 결코 그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