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농원

비선일기2

경산 耕山 2010. 6. 30. 15:38

 

 

 

 오후 테니스월례회 참석하기 위해 서둘러서 농원으로 올라왔다. 오전 작업을 이어서 시작했다.

지난 번에 경험 부족으로 병충해 방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병든 가지를 잘라낼 때마다 포자가 날려 매우 곤혹스럽다.

포자 가루가 눈에 들어가고 살갗에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긴팔 옷 위에다 앞치마를 입고 보안경을 쓰고 작업을 하니 땀이 비오듯 한다.

병든 나무는 가지도 지저분하여 작업하는 회원들에게 여간 미안하지가 않다. 적기에 매뉴얼에 따라 방제를 해야 하는데 주먹구구식으로 많이만 뿌리면 되는 줄 알았던 무식의 결과가 회원 전체에게 돌이킬 수 없는 폐를 끼쳤다. 하늘에서 안개비가 내리듯이 농약이 잎새에 살짝 내려 않도록 살포해야 하는 것을 몰랐다.

장마가 오기 전에 농약을 쳐야 하는데 그 때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겠다. 

오늘은 농약 살포 사전 작업으로 불필요한 도장지 정도는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이나무 저나무 내나무 회원나무 ..... 눈에 띄는 대로 도장지를 정리한다.

그 사이 미르민턴 동호회 허광호 회원이 잠깐 다녀간다.

 얼마나 작업을 했을까. 힘도 떨어지고 슬슬 짜증도 나기 시작한다.

이제 서쪽 가장자리에 마지막 한 그루가 남았다. 전지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작업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이 나무는 사다리가 닿지 않은 높은 곳에 도장지들이 둥글게 모여 무성하다.

아래쪽의 통풍을 방해하는 웃자란 도장지 잘라낸 다음, 예의 무성하여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 가까이에 사다리를 세웠다. 위험스런 자세로 가까스로 올라가 보니 새둥지가 나뭇잎 속에 숨어 있다. 가만히 가지 사이로 들여다 보았다.

 

부화된 지 며칠 되지 않은 새끼 몇 마리가 벌거숭인 채로 웅크리고 있다.

무슨 새인지는 모르지만 인기척에 새끼들은 어미가 먹이 물어 온 줄 알고 입을 하늘 높이 벌려 댄다.

봉지 하나 덜 싸더라도 이 놈들은 보호해야겠다 싶어 작업은 여기서 중단하기로 했다.

조용히 사다리를 들고 둥지를 떠났다.

  지난 월요일 제초 작업을 하다가 덤불이 유난히 우거진 곳에서 꿩알을 발견하여 신기해서 사진까지 찍어댔다. 예초기 굉음에 놀란 장끼와 까투리 부부는 사흘이 지나도록 둥지에 찾아들지 않아 오늘은 왔을까 하고 확인 점검을 했지만 걱정한 대로 종적이 묘연하다. 

하는 수 없이 장끼와 까투리 부부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꿩알을 꺼내들고 집으로 왔다.

장끼와 까투리 부부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 작은 새 둥지는 그대로 지켜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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