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록재 전시회4

靜坐處茶半香初 (정좌처다반향초)
妙用時水流花開 (묘용시수류화개)
'수류화개(水流花開)'는 불교의 깨달음이다
萬里靑天(만리청천) 만리에 펼쳐진 푸른 하늘에
雲起雨來(운기우래) 구름이 일어나더니 비가 오네
空山無人(공산무인) 텅 빈 산에 사람이 없는데
水流花開(수류화개) 물이 흐르더니 꽃이 피네 / 송나라 황정견黃庭堅: 1045-1105)
'다반향초' 해석
없음에서 있음이 생기는 자연의 묘용
만리에 걸쳐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는데
구름이 일어나더니 비가 오네
텅 빈 산에는 사람이라곤 자취도 없는데
물이 흐르더니 꽃이 피네
(멀리까지 구름 없는 하늘 → 구름 생성 → 비가 내림)
(사람이라곤 없는 텅빈 산 → 물이 흐름 → 꽃이 핌)
없음이 없음이 아니고, 있음이 있음이 아니구나! 부처의 깨달음은 여기에도 있다.
다반향초는 무엇인가.
찻잎이 반쯤 자라야 차향이 생기듯, 찻물이 반쯤 끓어야 첫 향기를 내듯, 처음에는 아무 것도 없던 것(無)에서 첫 향기(有)가 불쑥 나온다. 무와 유의 임계점 얘기다. 고요히 앉아 수행할 때, 오랫동안 아무 것도 없다 차가 반쯤 끓을 때처럼 문득 코끝에 깨달음 같은 향기가 온다.
추사의 이 시는 불교의 무유론(無有論)이며, 선시(禪詩)의 한 경지다.
조물주도 자연의 흐름을 운행할 때, 수류화개로 펼친다. 바로 전혀 없음에서 있음으로 나아가는 바로 그것이다.
앉은 자리
없던 차향기가 문득 나타나듯
봄날에
없는 데서 물 흘러 꽃이 피듯

梅蘭菊竹 (매란국죽) 매화와 난초와 국화와 대나무라는 뜻으로, ‘사군자’를 달리 이르는 말.
고결함을 상징하는 문인화의 화제
매화는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
난초는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린다.
국화는 늦은 가을에 첫 추위를 이겨내며 핀다.
대나무는 모든 식물의 잎이 떨어진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을 계속 유지한다.
각 식물 특유의 장점을 君子, 즉 德과 학식을 갖춘 사람의 인품에 비유하여 사군자라고 함

精氣神 (정기신) 정수(精髓)와 기분(氣分)과 심신(心身)을 아울러 이르는 말.
우리 몸에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창고인 배터리가 있는데, 이 배터리 안에는 精, 氣, 神이라는 에너지가 있다. 도교에서는 이러한 정기신을 보물처럼 매우 소중히 여긴다. 우리의 몸은 정기신의 보물이 깃들어 사는 집이다. 그러므로 나의 몸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정기신은 무엇인가? 精은 생명의 원천이자 토대를 말하고, 氣는 활발한 생명의 흐름이자 동시에 감정의 의미를 지닌다. 神은 정신활동으로 생명력이 지니는 신묘한 영적 능력을 의미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정기신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은 기를 생기게 하고, 기는 신을 생기게 하는데, 양생하는 사람은 먼저 정을 귀중히 여겨야 하는 바, 정이 그득하면 기가 충실해지고, 기가 충실하면 신이 왕성해지고, 신이 왕성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몸이 건강하면 병을 덜 앓는다.”

遊天戱海 (유천희해) 구름과 학이 하늘에 떠 있고 기러기떼가 바다에서 노닌다.
'유천희해(遊天戱海)‘는 중국 남북조 시기의 양나라 개국군주인 양무제가 위나라 때의 명필인 종요(왕희지의 스승)의 글씨를 보고 평한 댓구를 추사가 다시 4자로 집자했다.
운학유천 雲鶴遊天 구름과 학이 하늘에서 노닐고
군홍희해 群鴻戱海 기러기 떼가 바다에서 노닌다.는 구절에서 따온 말이다.
추사는 遊天戱海와 댓구로 山崇深海(추사의 스승인 중국 옹방강이 ’實事求是‘ 정신을 풀이한 글 속의 한 구절)를 썼다.
한 마디로 ‘인품은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게, 기품은 하늘에서 노는 학처럼 바다 위를 나는 기러기처럼’의 뜻 아닐까.

守心正氣 (수심정기) 마음을 지켜 기운을 바로 한다는 뜻이다.
참된[誠] 마음을 지켜 공경하고[敬] 믿는[信] 데서 그 기운을 바로 해야 한다는 천도교 교리.
동학교주 수운 최제우(崔濟愚)는
“仁義禮智는 옛 성인의 가르침이요, 守心正氣는 오직 내가 다시 정한 도법이니라.”고 하였다. 그는 “우리 도(天道: 하느님의 造化)는 사람이 인위적으로 애쓰지 않고도 그저 저절로 되는 것이니, 그 마음을 지키고 그 기운을 바로 하여 그 성품을 좇고 그 가르침을 받으면 되는 것(造化)이다.”라고 하였다. ‘수심정기’란 ‘하느님 조화의 지극한 기운’을 지키고 바르게 하는 것이다.
동학 2대교주 해월 최시형은
“그대들은 수심정기를 아는가. 능히 수심정기하는 법을 알면 성인되기가 무엇이 어려울 것인가. 수심정기하는 법은 효(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제(형제간에 우애있게 지내는 것), 온(온화한 마음을 지니는 것), 공(공경하고 공손하고 존중하는 것)이니 이 마음 보호하기를 갓난아이 보호하는 것 같이 하며, 늘 조용하여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늘 깨어 혼미한 마음이 없게 함이 옳으리라.”

歲不我連 (세불아연) 세월은 나를 위해 기다려주지 않는다.
성리학의 대성 주자(朱子)는 학문의 길은 멀고, 인생은 유한함을 절감하며, 시간의 귀중함을 강조하며 권학문을 남겼다.
勿謂今日不學有來日 (물위 금일불학 유내일) 오늘 배우지 아니하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고
勿謂今年不學有來年 (물위 금년불학 유내년) 올해에 공부하지 않고 내년이 있음을 이르지 마라.
日月逝矣 歲不我延 (일월서의 세불아연) 해와 달도 저물듯이 세월은 나를 위해 천천히 가주지 않는 법
嗚呼老矣 是誰之愆 (오호로의 시수지건) 아, 늙고 보니 그 누구를 탓하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