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농원

비선일기

경산 耕山 2010. 6. 30. 15:40

 

 

오늘 퇴근 후 농약 살포를 도왔습니다.

도우미 역할이래야  줄잡이 정도입니다.

이미 농약 살포는 오전부터 시작하여 3/4이 끝나고 마지막 500리터를 분무기에 가득 싣고 살포작업을 하는데요.

풀섶 저만치에서 카투리란 놈이 꺼병이를 4마리 데리고  우리 농원에서 살아가고 있더군요.

얼마 전 예초기 소리에 놀라서 자신의 알들을 포기한 것이 다인 줄 알았더니

이미 부화를 시켜서 제어미를 따라 산책을 즐기는 놈들이 있지 뭡니까?

부화된 지 하루이틀 정도로 보이는 작고 가냘픈 어린 목숨이었습니다.

어미는 위험을 알아차리고 달아났지만 이놈들은 도망갈 줄도 모릅니다.

오히려 내가 신기한 지  내 주위를 맵돌고 있네요.

작업을 할 때 조심해서 이 꺼병이 놈들을 피해다녔더니

어느새 나를 따라다니고 있더군요. 어미는 어디로 도망을 갔는지 보이지 않았구요.

이놈들에게 자리를 내주려고 뒷걸음질 치는데 한 놈이 쏜살같이 내 발 밑으로 들어오더니

거기서 생을 마감합디다.

이를 어쩌나........ 나의 불민함이 너를 죽게 만들었구나.

잠시 작업을 멈추고

"오호, 통재라. 비선농원에 거주는 꺼병이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살아남은 꺼병이 가족에게 삼가 조의를 표하노라."

정성스레 매장해주었습니다.

지난주에도 그랬고 오늘도 본의 아니게 꿩들에게 저승사자 노릇을 했습니다.

인간과 새들이 상생하는 비선농원을 꿈꾸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