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우후죽순(雨後竹筍)

경산 耕山 2026. 6. 8. 04:09

우후죽순(雨後竹筍)


밤새 내린 비가
대숲의 잠을 흔들어 깨웠다

검은 흙을 뚫고 솟아오른
대지의 송곳니, 죽순 하나

하나가 깨어나자 열이 깨어나고
열이 깨어나자 숲이 들썩인다
땅속에 묻어둔 열망이
일제히 터져 오르는 아침

바람은 잎이 되기 전부터
그 이름을 불러 주었고
비는 떠나면서도
등을 다독여 주었다

구름을 향해 곧게 뻗은
저 서슬 퍼런 기백

높이 자라는 것은
남들 위에 올라서는 일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도
제 길을 잃지 않는 것임을......

비 갠 아침
죽순 하나가 솟아오른 자리에서
대숲의 미래가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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