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포에서
- 푸른 침묵의 노래
호수는 바다에 안기고
바다는 호수를 품어
파도를 낮추는데
굽이진 소나무 등걸마다
세월이 가둔 숨비소리 낮게 깔린다
남북의 발길이 머물던
낡은 별장 위로
바람은 경계 없이 드나들며
명사십리 모래 위에
덧없는 평화의 문장을 새긴다.
비취빛 물결 아래
다하지 못한 말들이
조약돌처럼 다듬어지고
긴장은 수심 속으로 가라앉았다.
평화는 불완전한 약속
흔들림 속에서 피는 꽃
역사의 긴 그림자 위에
내가 한가로이 서 있다.

화진포는 지리적으로 북방 한계선과 가깝기에 느껴지는 그 특유의 무게감이 있네요.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저 투명한 바다와 고요한 호수를 보고 있으면,
이념보다 더 오래된 자연의 평화가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 주는 것 같습니다.